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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아이는 다른 언어를 쓰지만, 마음이 다르진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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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댓글 0건 조회 1,838회 작성일 21-08-23 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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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 듣는 엄마가 아닌 더 '잘' 보는 엄마로 성장하기] 사랑의 본질
나는 엄마다. 내 배 아파 내가 낳은 아들은 나와 남편의 유전자를 고스란히 물려받은 우리 아들이다. 하지만 아이와 우리는 다른 게 하나 있다. 바로 아들 예준이는 엄마 아빠와 달리 ‘음성 언어’를 쓴다는 점이다.

예준이는 집에서 우리와 함께 있을 땐 또박또박, 그리고 천천히 몸동작을 동원해 엄마 아빠가 쓰는 수어와 음성언어로 자신의 생각을 표현한다. 맞벌이로 일하는 엄마 아빠의 품을 잠시 떠나 어린이집에 가면 음성 언어로 선생님과 친구들과 함께 재잘재잘 말을 배우느라 여념이 없을 것이다.


나와 남편은 수어를 쓰고, 우리 아이는 음성 언어를 쓴다. 우리가 서로 주로 쓰는 언어는 달라도 사랑하는데 지장 없다. 사랑에는 때로 언어보다 중요한 것이 분명히 있다. ⓒ베이비뉴스
나는 예준이와 비슷하게, 그러면서도 다르게 성장했다. 나는 태어나자마자 달팽이관 기형으로 세상의 모든 소리를 듣지도 배우지도 못했다. 다만 잔존 청력이 있어 청각 보조기기인 ‘보청기’로 소리의 유무만 느낄 수 있었다. 소리가 있거나 없다는 구분은 가능했지만 어떤 소리인지를 구별할 수 없었다. 

부모의 언어를 따라 배우며 크기엔 내가 너무 어렸다. 어린아이가 장애를 스스로 깨우치며 크는 데에 부정적인 감정을 너무 많이 배웠다. 엄마가 된 나는 아들 예준이에게 최대한 즐겁고 기쁜 마음으로 부모의 언어를 알려주고 싶었다.

어느 날, 예준이가 동화책 한 권을 집어 들고 내 무릎에 앉았다. 책을 같이 보면서도, 예준이는 종종 몸을 돌려 내 얼굴을 봤다. 예준이는 엄마가 어떤 표정과 수어로 책을 읽어줄지 궁금했던 모양이다. 

그 마음을 헤아린 나는 평소보다 크게, 더 우스꽝스럽게 표현하며 아이의 웃음을 유도했다. 아이의 시선이 나의 수어를 따라 움직였다. 그리고 아이의 귀여운 손가락이 내 손가락을 따라잡았다. 아들의 모습을 보는 순간 미소가 번졌다. 나와 아들의 웃음소리가 거실을 채우자, ‘소통’이라는 것이 서로의 마음을 더 가깝게 이어주는 느낌이 들었다. 

“그래, 다른 게 뭐가 어때서?”

◇ 아이와 부모가 서로 사랑하는 일에 중요한 건 따로 있다 

엄마와 아들로 만난 관계지만, 다른 언어를 쓰는 사이. 하지만 그 이유만으로 우리 사이에 균열이 생기지 않았다. 오히려 서로의 언어에 공감하며 눈 맞추며, 진심으로 대하니 사랑이 더 굳건해진다. 

최근 발생한 아동학대 사건을 지켜보며 이런 생각이 들었다. 저들의 어떤 차이가 관계에 방해가 된 것일까, 증오일까, 미움일까…. 친부모든 입양가정이든 사랑의 본질은 서로를 이해하는 데에서 시작한다고 본다. 어쩌면 이해하기 힘들어서, 그래서 굳이 이해하기 싫어서, 밀어내기에 지쳐서 결국 비극을 맞이한 건 아닐까?

누가 그랬다. ‘사랑은 서로를 위한 마음으로, 자신의 반절 정도는 내려놓아야 한다’고. 나의 언어가 다르다고 해서 아들의 언어를 반쯤 포기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아들의 언어를 먼저 이해하고 수용하면서도 나의 언어를 알려주는 마음이 더 와닿았던 것처럼 말이다. 

*칼럼니스트 이샛별은 경기도농아인협회 미디어접근지원센터에서 농인(=청각장애인)을 위한 보이는 뉴스를 제작하며, 틈날 때마다 글을 쓴다. 유튜브 ‘달콤살벌 농인부부’ 채널 운영, 다수 매체 인터뷰 출연 등 농인에 대한 인식 개선을 위해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출처 : 베이비뉴스(https://www.ibaby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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