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하는 육아법] 사랑해서 하는 말도, 잘 해야 합니다
요즘 코로나 19로 인해 가정에 머무는 시간이 늘어났다. 부모는 잔소리가 자연스럽게 늘어나고 자녀와의 마찰도 훨씬 잦아졌다. 잔소리란 ‘쓸데없이 자질구레한 말을 장황하게 늘어놓는 말’을 말한다. 흔히 잔소리는 부정적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것으로 인식하기 쉽다. 그러나 잔소리는 독이 될 때도 있고, 득이 될 때도 있다.
◇ 득이 되는 잔소리, 아이의 좋은 습관 형성에 자연스레 스며든 부모의 말
잔소리가 득이 될 때는 언제일까? 한 연구 결과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아이가 음식을 선택할 때 어떤 사고 과정으로 의사결정을 하는지 알아보기 위해 25명의 어린이에게 감자튀김, 브로콜리 등 60개의 음식 사진을 제시했다.
그런 다음 먹고 싶은 음식을 자유롭게 선택하도록 한 결과, 아이들은 ‘부모가 어떻게 생각할까’를 고려해서 음식을 고른 것으로 확인됐다. 즉, 아이들은 부모의 선호도를 고려해 자기 절제를 할 수 있다는 것을 연구를 통해 밝혀냈다. 이러한 맥락에서 평소 부모가 아이에게 어떤 의견을 전하느냐에 따라 아이의 건강한 식습관을 만드는데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하지만, 독이 되는 잔소리도 있다. 독이 되는 잔소리는 다음과 같은 특징을 지닌다. 첫째, ‘반복’이다. ‘또, 또, 그런다’, ‘하지 말라고 그랬지!’, ‘조금 전에 말했지’ 등의 표현을 통해 한번 말하고 끝내야 하는데, 되풀이해서 아이를 다그치는 형태다. 이러한 방식으로 부모는 너 때문에 지치고 힘들다는 감정을 전한다.
반복되는 잔소리는 아이 스스로 자신이 인내심이 부족한 사람이라고 판단하게 하고, 책임 회피형 아이로 만들 수 있다. 부모는 한두 번만 말하면 아이가 제대로 알아듣지 못할 것 같아서 반복해서 잔소리를 한다고 하지만, 잔소리를 반복하는 근본적인 이유는 ‘잔소리를 효과적으로 할 줄 모르기’ 때문이기도 하다.
◇ 반복, 무시, 의심, 강요, 위협…독이 되는 잔소리
두 번째, ‘무시’이다. ‘또 게임이야? 나중에 뭐가 될래?’, ‘너 하는 게 그렇지’ 등의 표현을 예로 들 수 있다. 아이가 이런 말을 들으면 스스로 ‘나는 능력이 없는 아이’라고 판단하게 되어 의존적인 성향의 아이가 될 수도 있다.
세 번째, ‘의심’이다. ‘책 보고 있는 거 맞니?’, ‘씻고 있는 거 맞지?’ 등의 표현이 있다. 이러한 표현을 자주 하면 아이는 부모가 자신을 믿지 못하고 있다고 생각하게 된다.
네 번째, ‘위협’이다. ‘또 그러면 다시는 안 해 줄 거야’, ‘한 번만 더 그러면 끝장이야’, ‘또 그래 봐, 벌줄 테니까’ 등의 표현을 통해서 아이에게 체벌을 예고하거나 공포심을 조성하는 경우이다.
이러한 표현은 아이의 난폭한 성향을 키울 수 있다. 아이가 잘못하더라도 어느 정도 반성할 수 있는 시간을 제공하고, 잘못된 행동을 개선할 수 있는 대안을 함께 찾아가는 것이 좋다.
다섯 번째, ‘강요’이다. 대표적인 화법으로는 ‘하라고 하면 하는 거지, 뭘 자꾸 말대꾸야?’, ‘그냥 시키는 대로 해’ 등의 표현이 있다. 부모가 요구하는 바에 대하여 아이가 제 생각을 표현했을 때, 이를 묵살하면 아이의 자립심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무엇을 하더라도 부모의 허락을 받고 눈치를 보면서 행동하게 되는 의존적인 아이가 될 가능성이 있다.
부모는 아이를 사랑해서 잔소리를 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그 밑바닥에는 아이를 통제하고자 하는 마음 그리고 아이와 자신을 분리하지 못하고 동일시하는 마음이 있다. 결국, 잔소리는 부모의 욕심에서 비롯된다.
코로나 19로 인하여 불안감과 두려움 때문에 아이의 생활을 통제하고 간섭하는 일들이 많아지고 있다. 가족이 함께 보내는 시간이 늘어난 만큼 부모 스스로 감정 조절을 잘 하고, 아이 입장을 고려한 말하기를 통하여 독이 아닌 득이 될 수 있는 방향으로 잔소리를 해보는 것은 어떨까.
*칼럼니스트 정효진은 KBS, MBC 등 방송국에서 10여 년 동안 MC 및 리포터로 활동하다 현재는 대구가톨릭대학교 글쓰기말하기센터 연구교수로 일하고 있다. 서로 소통하며 함께 성장하는 세상을 꿈꾼다.
출처 : 베이비뉴스(https://www.ibaby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