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시태그로 보는 육아맘] #유아교육 #고집 #육춘기 #옷투정 #언어발달 #관습 #아이의말
요즘 우리 집은 아침마다 아이의 옷을 두고 전쟁이 벌어진다. 남자아이이고 아직 어리다고만 생각했기에 이런 일은 나와 무관하다고 생각했는데 닥쳐보니 기도 안 막히는 노릇이다. 단순히 본인이 마음에 드는 색이나 디자인의 옷을 입겠다고 버티는 정도면 그나마 나은 수준, 계절과 무관한 옷을 가리키며 무조건 그거 아니면 안 입겠다고 막무가내로 우기는 아이에게 납득시킬 만한 설명조차 떠오르지 않는다.
최근 아침에 일어난 사건도 유치원 원복이 하복으로 변경되면서부터 시작되었다. 도저히 반바지는 입을 수 없다는 아이! 몇 번 고집을 들어주자 싶다가도 무더운 여름 내내 이러면 어쩌나 싶어 갖은 사탕발림으로 구슬려 보지만 도통 듣질 않았다. 시무룩하게 등원하는 아이의 뒷모습을 보며 치밀던 화보다 미안함과 안타까움으로 바뀌기를 여러 번, 아이를 보내고 타는 속에 시원한 음료 한 잔을 들이켜고 있으니 나와 너무도 비슷한 상황의 엄마들이 하나 둘 몰려들었다. 항목은 다르지만 이유는 비슷했다. 심지어 또래 여자아이들은 머리핀이 마음에 들지 않아도 생떼를 부린다며 아침마다 전쟁 아닌 전쟁을 치른다고 했다.
미디어를 통해 들었던 육아 강의, 각종 육아 서적마저 전혀 통하지 않는 이 시기를 어떻게 극복해야 좋을까? 최대한 내 감정을 추스르려 노력하면서 낮은 목소리로 “안돼!”라고 말해준 뒤 왜 안 되는지를 설명해야 하는 것이 옳다는 전문가의 의견들이 우리 아이에게만 통하지 않는 기분은 나만 드는 생각일까? 물론 아주 오랜 시간 인내심을 가지고 반복해야 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그러나 시간은 한정적이고, 일을 해야 하는 워킹맘으로서 언제까지 아이가 스스로 변화되길 기다리고만 있을 수는 없지 않은가! 이러다 보니 활기차고 즐겁게 시작해야 하는 아침이 이제는 두렵고 막막하기만 하다. 오죽하면 고작 유치원생인 어린 아이들을 두고 오춘기, 육춘기라는 말까지 생겨났을까 싶다. 대체 아이에겐 어떤 변화가 시작되고 있는 걸까?
반바지는 절대 입지 않을 거야! 아이의 고집! 그럼 조금 긴 바지는 어때? 엄마의 설득, 길고 긴 육아. ⓒ여상미
전문가에 따르면 6세 전후의 아이들은 갑자기 운동 신경이 크게 발달하는 시기라고 한다. 또 어휘력도 늘고 이해할 줄 아는 언어 체계도 발달해서 어른들과 간단한 농담도 주고받을 수 있는 정도가 된다고 한다. 생각해 보면 우리 아이의 경우도 제법 대화가 잘 통해서 어떤 때는 ‘언제 이만큼 컸지?’ 싶을 정도로 놀랍고, 전에 비해 육아도 많이 수월해졌다고 느낄 때가 많았다. 그래서 나도 모르게 너무 많은 것들을 내려놓고 있었던 건 아닐까? 아이가, 아직 아이라는 생각을 때로 간과해 버린 것은 아닐까 싶은 생각도 든다. 스스로 언어를 통제할 수 있고 정서적 감정을 말로 표현할 수 있다는 시기! 그래서 본인이 원하는 것들에 대한 표현은 하지만 그 표현과 생각이 서툴러서 어른들의 관점에서 볼 때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는 상황들이 벌어지는 것은 아닐까? 일단 지금으로서는 그렇게 받아들일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오늘 아이는 7부 정도 되는 바지로 타협을 해서 옷을 입고 등원했다. 반바지는 절대 싫다는 아이, 긴 바지는 너무 더워서 입힐 수 없는 엄마의 의견을 절충해 탄생한 조금 긴 반바지(아이의 표현에 따르자면 그렇다)를 입고 즐겁게 돌아서는 아이. 서서히 사회와 문화적인 관습, 그리고 상식을 배우고 이해하기 시작하는 때이지만 이미 가지고 있는 성향에 따라 그것을 받아들이면서 겪는 갈등은 천차만별인 것 같다. 또 기질에 맞는 육아를 해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의견을 살펴보면 활동적이고 자기주장이 강한 아이는 아이가 할 수 있는 범위를 더 넓게 주고 그 안에서 선택하게 하는 것이 좋다고 한다. 어쨌든 모든 인간은 존중에서 비롯된 관계만이 타협을 시작할 수 있는 바탕이 되는 것 같다. 아이라고 해서 크게 다르겠는가!
하는 수없이 이제는 그 고집을 받아들여야 할 때, 그렇게 오늘도 서툰 엄마는 아이와 함께 ‘조금 긴 반바지’를 몇 개 더 구입하러 갈 예정이다.
*칼럼니스트 여상미는 이화여자대학교 언론홍보학 석사를 수료했고 아이의 엄마가 되기 전까지 언론기관과 기업 등에서 주로 시사·교양 부문 글쓰기에 전념해왔다. 한 아이의 엄마가 된 지금은 아이와 함께 세상에 다시 태어난 심정으로 육아의 모든 것을 온몸으로 부딪히며 배워가고 있다.
출처 : 베이비뉴스(https://www.ibabynews.com)